난 주말에 암실의 어둠처럼 빛없는 공간으로
두꺼운 커텐으로 가려버리고 잠을 잔다..!
주말 아침은 풋풋하게 해가 창가를 채울때
그런 모습을 그려본적이 있다..!
그러나 어느날 빛이 싫어졌다..!
그냥 보고 싶지않은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어두우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아침에 메일이 왔는데 선배 누나는 새로운 책이
왔다고 열심이 알려준다..!
한마디로 3개월정도 책을 못보았다..!
바쁜 것도 아니고 게임에 중독된 것도 아니고
SNS에 중독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냥 재미없는 일상속에 허우적거리는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침 메일이 나를 유혹한다..!
책을 읽고 싶어졌다..!
선배 책방에는 언제나 좋은 향기가 난다..!
책을 읽다가 선배가 메모한 5월 소리를 읽었다..!
"뼈만 앙상하던 겨울이 두꺼운 외투를 벗은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푸르름이 짙어간다.
나무들은 이제 제법 기초화장을 끝내고 꽃단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긴 어둠에서 풀려나온 오월은 급히 쫓아오며
피는 철쭉과 라일락 향기에 숨이 차다.
모처럼 동네 계곡 산책에 나섰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서 그들만의 이야기가
새어나온다.
쉴 새 없이 허공에 풀어 놓는다.
바람이 뒤따르며 내 귀에 전해준다.
거미줄에 걸린 사랑 이야기 간절했던 열망이
녹아내린 흔적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 빗질로 쓸어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젊은이의 고뇌 목을 꺾고 정지한
삶의 궤적을 바라보는 한 노인의 뒷모습 등
살아가는 이야기를 허공에 적는다.
상큼한 오월의 에너지가 시냇물 사이로 팔랑인다.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그동안 찾아온 이들의
노래 소리가 바로 사랑으로 눈앞에서 한 겹씩 옷을
벗는다.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 벗어 놓은 구두 한 짝에
눈길이 멎는다.
그 사람은 여기에 구두 한 짝을 벗어 놓고 어떻게
집에 돌아갔을까.
자유로운 상상을 해 본다.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부양해 황홀한
비상을 한다.
현재에서 과거 또 미래로 나만의 시간풍경 안에서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날아 본다.
우리 인간에게 이런 능력이 없다면 꿈도 예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그 구두의 주인공이 사랑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구두 한 짝을 이 시냇물에 잃어버리고 남자 등에
업혀 집에 돌아갔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새롭게 돋아난 여린 나뭇잎들 사이로 안개 몇 자락이
목화솜처럼 성글성글 춤을 추며 옷을 벗는다.
가볍고 얇은 안개기둥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리자 물너울이 너울너울 시냇물에 파문을 낸다.
깊은 정적이 흐르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증폭되자
종달새들의 코러스가 나를 나만의 내재율로 인도한다.
그 작은 개울에 비친 초록빛 애기부들이 뽀송뽀송
내 볼을 간질인다.
어느덧 나는 단세포동물로 변하고 온몸이 하나의
펜이 된다.
온몸을 굴려 허공에 내면세계를 적어 내려간다.
몸속에 갇혀 있던 크고 쓸쓸한 어둠을 뚫고
작은 울음소리 새어나온다.
물은 흘러내리지만 의지는 모터를 달고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켜 풍요로운 정신적 공간을
만들어 무궁한 잠재력을 실현해 나가는 존재가
우리 아닌가.
그 축적된 잠재력이 발효되어 문학과 예술의
향기를 뿜어내어 감동을 자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역사는 천재들의 기록이다.
우리 같은 소시민은 언제 살다 사라졌는지
기록도 없고 기억도 없다.
지금도 정치 학문 그리고 예술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들이
이루어 낸 역사조차 이해하고 힘들고
답습하기에 허우적댄다.
언제까지 우리는 베토벤 모차르트를 복습만 할 것이고
글렌 굴드가 너무도 정확하게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모사만 할 것인가.
미술세계에서는 언제 빈센트 반고흐나 파블로 피카소를
능가하는 천재가 나올 것이며 문학세계에서는
또 언제 셰익스피어나 랭보를 뛰어넘는
천재가 나올 것인가.
카뮈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나 니체의 초인적인
인간의 의지를 가져야만 역사의 새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역사의 새 장을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부서지고
좌절하고 몰락해야 한다.
현상유지를 위한 사회의 규범과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는 정직한 소시민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읽고 쓰고 느끼고 행동하고 더불어 살며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환희를 디오니소스의 유희로
뿜어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찬란한 삶을 살아내는 위대한 존재로
지상에서 춤을 출 때 비로소 그 광채가 세상에
전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갈 것이다.
찬란한 계절의 여왕 오월이 우리를 유혹한다.
걷자 뛰자 날자 그리고 춤추자
이 싱그러운 오월의 눈부심 속에서."
아침에 선배집에 오면 밀린 책이나 읽고
졸리면 잠이나 자다가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 메모가 나를 졸리지 않게 한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재미있게 살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난 일상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 메모가 보이지 않는 나를 다른 일상으로
빠져들 것이라 예언을 해준다..!
다른 일상이 나를 변화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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