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그냥 오늘이다..!
늘 오늘이니 그냥 내일은 없다..!
그런데 내일이면 그냥 작은 미래다..!
난 미래가 기대된다고 오늘을 버리기 싫다..!
"쌀을 씻는다.
이미 잘 정제된 흰쌀 무심코 몇 번 물로 휘젓는
손끝 위로 문득 상념이 떠오른다.
쌀을 살살 흔들며 돌을 밑바닥에 가라앉히던
엄마의 모습이 그립다.
밥솥 코드를 연결하니 지금부터 맛있는 밥을
짓겠다며 텅 빈 집에 앵무새처럼 조잘거리는
기계음이 정적을 깬다.
순간 전화가 울려 받아 보니 오랜만에 시간을
낸 친구가 집으로 와 영화 한 편을 같이 보자고해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나는 조금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친구는 '엑스마키나' 영화를 골라 화면에 연결한다.
엑스마키나의 뜻은 대강 '기계장치로 내려온 신' 정도로
이해하고 좀 더 흥미로워 어원의 유래를 알아보니
고대 그리스극에서 사용했던 극작기술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그 뿌리다.
인간이 온갖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에 당하고 있을 때
갑자기 연기가 깔리며 기중기 같은 무대 장치를 타고
멋진 배우가 공중에서 내려오며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
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며 단숨에 사악한 자를 벌하고
정의로운 자에게 상을 주며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문학작품에서 결말을 짓거나 갈등을 풀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 장치라고 한다.
신의 영역을 제외한다면 그 옛날 한국의 고전에 나오는
"암행어사 출두요~" 하며 마패를 흔들고 등장하여 삽시간
온갖 사악함을 한방에 해결하는 장면으로 이해한다면
좀 쉬울까.
어찌 되었든 제목부터 만만치 않은 영화 '엑스마키나'는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인공지능(AI) 로봇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영화다.
블루북이라는 회사의 유능한 프로그래머 청년 칼렙은
치열한 경쟁 끝에 천재개발자 회장 네이든의 별장에
초대받으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칼렙은 네이든이 만든 여자 로봇 에이바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을 닮았는지를 측정하고 그걸 회장에게
보고하면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워낙 공상과학 분야라면 관심이 없는 장르였는데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학습의 결과일까요?
본능일까요?
그 본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일까요?
조물주의 프로그래밍일까요?"라는 상당히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로 접근하는 주인공의 대사에 빨려 들어
영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인간과 닮은 로봇(에이바)은
자기를 만든 네이든에 의해 언제나 폐기처분 될 수 있다는
불안에 칼렙을 이성적으로 자기를 좋아하게 극도로
혼돈시키고 결국 네이든을 처치하고 칼렙조차도 유리벽에
가둔 채 유유히 별장을 빠져 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인간 위에 로봇이 올라선 반전의 결말이다.
영화는 영화라고 무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기계문명에 노출되어지는 수위가 하루하루 다르게
느껴지는 현실에 무작정 허위라고 치부하기엔 왠지 심기가
불편하다.
사실 기차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걸어 다니는 사람들
모두 귀에 꽃고 있는 이어폰에 푹 숙인 고개에 손에 쥔 작은
기계 전화 기술 발전의 최고조를 맞이한 이즈음 사람들은
기계에 의존하며 살게 된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 결과 이상기후에 자연의 섭리는 부서지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의 인성은 점점 황폐해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의 영원한 화두인 미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발명되는 기계문명은
사실 인간 삶의 질을 심각히 저하시키는데 어쩌지도 못하고
떠밀려 속수무책 엉겨가는 삶이 무섭고 슬픈 것은 지나친
나의 감상인가.
인간의 지나친 욕망은 이 영화처럼 어느 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로봇들에게 되레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섣부른 판단과 지나친 위기감일까.
"인공지능(AI)은 100년 안에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호킹 박사의 경고가 이 영화를 본 뒷맛을 더 섬뜩하게 한다.
뛰어나다고 믿었던 인간은 자기의 욕망에 쓰러져 자기가 판
웅덩이에 자기 발이 걸려 허우적이지 않을까.
과연 데우스마키나 기계를 타고 내려온 신은
이 모든 혼돈을 단숨에 해결해 줄까."
내가 이미 기계인간으로 살고 있는데 친구가 전해주는
느낀 마음을 느껴본다..!
미래가 아니고 오늘 우리의 작은 하루 같다..!
그냥 오늘이다..!
이 모습이 미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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