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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일상 (투덜거림)

by BlueOne 2016. 6. 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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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어렸을 때 미술 선생님의 책에서
이중섭의 그림을 보고 그림에 빠졌다..!
그리고 돌팔이가 되어버렸다..!

이중섭의 고독한 예술혼은 그 여벽의 미인지
모른다..!

힘이 없는 나라를 황소에 담아 힘있는 황소를
그렸고 아이와 아내을 바다 건너에 두고
그리움에 울었던 흔적처럼 엉켜 있는
가족을 담배 은박지나 담배 종이에 그렸다..!

과장이나 수식을 하지 않아도,
덧붙이거나 삭제하지 않아도,
그의 삶은 있는 그대로 투명하고
스펙터클한 한 편의 드라마이다..!

이중섭의 예술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에너지 삼아 빚어지지 않았을까..!
그와 일본인 아내 이덕남, 그리고 두 아들.
그들은 그림 속에서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끈이든,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
가족만이 나눌 수 있는 교감과 소통이
시각적으로 선명하다..!
발가벗은 살과 살이 서로 닿아서 동글동글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우주. 사내아이들의 엉덩이 선이
그지없이 매끄럽다..!

사랑은 이렇게 둥글고 이렇게 부드러운 것이다..!
굵고 거친 선과 격심한 감정이 그대로 살아있는
원색마저 그의 외로움과 고통을 대변하건만
그 근원이 사랑이기에 참으로 따뜻하다..!

'사랑'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은박지 그림에 경탄했다..!
마주보고 앉은 자세로 자신의 팔과 다리를 상대방의
어깨와 다리 위에 얹어서 얼굴과 얼굴, 가슴과 가슴,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엉켜있는 그림..!
선들이 섬세하고 표정이 얼마나 생생한지 전율이 느낀다..!
이리도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싶으니 그의 그림 어느 것이든
볼수록 정겹다..!

이중섭의 예술을 알아보고 그의 곤궁한 말년을
피붙이처럼 보살핀 동료 예술인들이 있었다..!
이중섭의 맑고 천진한 인간미가 경쟁과 질투의 감정을
녹이고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게 했으리라..!
같은 장르의 예술가들이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적이다..!

소의 숨결과 성정을 닮은 이중섭이 지은 시,
'소의 말'을 가만히 음미한다..!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는
시구에는 비운의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뇌가 절절하게 녹아있다..!
생활고로 인하여 두 아들과 아내를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기러기 아빠의 삶을 살다가
홀로 병든 삶을 마감한 이중섭..!
얼마나 쓸쓸했으면 사람이 들어간 모든 그림에
화가인 자기 자신을 그려 넣었을까..!

치열한 예술, 진실한 예술가에 대한 존경과 연민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가난하지도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는데 아프다..!
배부른 자의 배부른 소리인지도 모르는
배고픔을 느끼는 내 꼴이 우습다..!

지금은 순수 미술을 접어 두었지만 언젠가는
내 예술혼이 하나의 모습으로 담아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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